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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족계획' (가족, 복수, 기억조작)

by Harumi92 2025. 5. 16.

쿠팡플레이 드라마 '가족계획' 포스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은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다.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엄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악인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이 드라마는, 한국형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 사랑과 윤리, 정의와 복수 사이에서 ‘가족’이란 개념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분석해본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선택

드라마 ‘가족계획’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바로 ‘영수’ 역을 맡은 배두나이다. 그녀는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가족의 안녕을 위해 이 힘을 사용한다.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에서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만, ‘가족계획’은 그 보호 방식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버린다. 영수는 단순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엄마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가족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철저한 복수를 가하며, 이 과정에서 “가족을 위한 정의”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능동적인 여성 중심 캐릭터가 가족을 구심점으로 삼아 극을 이끌어가는 구조는 매우 신선하다. 특히, 쿠팡플레이는 이 캐릭터를 통해 가족애를 감성적으로 풀기보다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윤리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든다. 영수가 자행하는 기억 조작이 정말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시청자 스스로 판단하게 유도하며, 단순한 감정몰이가 아닌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복수극의 새로운 공식, 가족이라는 이름

‘가족계획’은 전형적인 복수극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다. 복수의 동기는 흔히 개인적인 원한이거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반발이지만, 이 드라마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의지를 복수의 명분으로 삼는다. 철희(류승범), 강성(백윤식) 등 가족 구성원들 역시 단순히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싸움에 참여한다. 가족이라는 단위가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맞서 싸우는 공동체’로 그려지는 점은 기존의 가족 중심 서사와 명확히 구별된다. 이러한 서사는 시청자에게 복수라는 행위가 반드시 폭력적이거나 비도덕적인 방식으로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특히 기억 조작이라는 장치는 복수의 직접적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심리적으로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활용됨으로써 잔혹함보다 전략성을 강조한다. 쿠팡플레이는 이처럼 가족을 중심에 두면서도 도덕적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리며, 복수 서사의 틀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기억조작과 윤리적 모호성

드라마 ‘가족계획’의 핵심 설정은 단연 기억조작 능력이다. 영수가 타인의 기억을 조작함으로써 복수를 실행하는 방식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깊은 윤리적 고민을 유도한다. 이 능력이 타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는 단순한 처벌이나 응징을 넘어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이어진다. 기억은 인간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이를 조작하는 것은 마치 ‘신’의 위치에서 인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과 같다. 드라마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복수의 정당성과 더불어, 타인의 삶을 바꿔버릴 권리를 과연 누가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쿠팡플레이는 이 과정을 극단적인 액션이나 과장된 설정 없이도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묘사함으로써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영수의 복수를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선택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이중적 감정 구조는 ‘가족계획’을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문제작으로 만들어낸다.

쿠팡플레이의 드라마 ‘가족계획’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복수와 윤리, 정의의 모순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기억조작이라는 SF적 설정을 가족 서사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며, 지금까지 없던 형태의 한국형 드라마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단지 감동이나 카타르시스를 넘어, 가족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